해커는 검색사이트 구글을 통해 손쉽게 먹잇감을 찾아냈다. 해커가 선택한 대상은 육군 직할부대 사이트. 해킹 프로그램에 부대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자 부대 홈페이지의 관리자의 ID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드러났다.
해킹한 정보로 부대 홈페이지에 접속한 해커가 악성 프로그램을 실행하자마자 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은 사라지고 ‘CaiBaiDa is Here’라는 문자만 나타났다. 홈페이지가 순식간에 변조된 것이다. 해커는 이메일을 해킹하고 인터넷전화를 도청하는 등의 묘기도 연출해보였다.
육군의 핵심부대가 해킹 당하는 이 장면은 물론 가상이다. 25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주최한 ‘국방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 시연된 사이버전의 한 장면.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 군의 전력은 무력화할 수 밖에 없다. 김영한(중장) 국군기무사령관은 “IT기술의 혁신에 따라 사이버상에서는 전ㆍ평시를 불문하고 항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각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컴퓨터 바이러스로 전쟁까지 일으킬 수 있는 사이버부대나 해킹부대를 비밀리에 운영하는 등 사이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1996년부터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을 중심으로 정예 해커를 뽑아 사이버부대를 구성했으며 사이버전쟁 시나리오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이에 뒤질세라 97년 해커(黑客)부대를 창설한 뒤 수차례 사이버 전쟁 훈련까지 치렀다. 일본은 사이버테러를 방어하기 위한 첨단 전자장비와 관련기술 개발에 수천억엔을 쏟아 붓고 있다.
사이버부대는 없지만 우리 군은 기무사 정보전 대응센터에서 사이버전에 대비하고 있다. 20여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된 센터는 각종 국방전산망과 인터넷망을 24시간 감시하는 사이버전의 최후 보루다. 유사시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공격 매뉴얼까지 마련했으며 전군 차원의 훈련 때마다 이를 숙달하는 연습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국방관련 연구소 등을 해킹했던 중국 인민해방군과 해킹 능력이 미 중앙정보국(CIA)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가상의 적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럽 국가의 해커들도 우리 국방전산망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합참 및 각 군의 컴퓨터침해사고대응팀(CERT)도 초보적인 수준의 사이버부대. 하지만 CERT의 임무는 주로 사이버테러 시도를 감시하고 해킹이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를 하는 것으로 방어개념에 머물러 있다. 국군기무사령부는 사이버전에 대비한 민군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국방정보보호 컨퍼런스를 열고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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