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실망스럽다.” “도대체 누가 일이 잘될 것이라고 했나.”
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북측의 몽니로 행사 하루 전 무산되자 울분과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5년 만에 남북 철도를 다시 잇는다는 역사적 의미가 명쾌하지 않은 이유로 취소된 것은 정말 화나는 일이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북쪽에 있다. 북한은 수 차례 협의 끝에 열차 시험운행의 분 단위 일정까지 합의해놓고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안하무인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가 국가간 합의나 약속을 마음대로 취소하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대할지 걱정”이라는 지적을 북측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 정부의 조급증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004년과 2005년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하고도 결국 무산됐던 이유는 북한 군부의 군사안전보장합의서 채택 거부였다. 이번에도 남북이 13일 시험운행에 합의했지만 합의서 채택 여부는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한 걱정이 제기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북측이 막판 뒤집기를 한 두 번 한 게 아닌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확실한 제어수단도 없으면서 말로만 “된다” “된다”를 반복했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주의는 하루 전 무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행사를 치르려고 너무 서둘렀던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까지 제기할 정도다.
이제 남은 일은 다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북측은 약속을 지키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하고 남측도 보다 더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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