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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아득한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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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아득한 북소리

입력
2006.05.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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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사진 중 하나는 지금도 선명히 떠올릴 수 있게 인상적이다. 세 살쯤 된 언니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양손으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는 사진이다. 아마 앙칼진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철부지가 동생들이 생겨 폭군 같은 대장노릇을 하며 자라다 나중엔 살림 어려운 집의 장녀 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방식에, 극성스럽다 할 만큼 활달한 기질과 성실함을 갖춘, 한 마디로 생활력 강한 언니. 생각해보니 언니는 어릴 적부터 생활력이 강해선지 용돈이 적어선지 돈벌이에 관심이 많았다. 그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삐끼’노릇을 해야 했다. 과외 공부할 애들을 모아내라고 언니가 닦달했기 때문이다. 자기 성적도 별로인 여중생이 과외선생을 할 생각을 다하다니 언니는 깜찍하기도 했다.

성장기 형제 사이에 흔히 그렇듯, 책이나 음악 같은 문화 취미를 깨치는 데 언니는 내 멘토였다. 우리 둘 다 틴에이저였을 때, 언니가 팻 분과 짐 리브스를 좋아해서 나도 그들을 좋아했다. 괄괄한 성격의 언니가 정작 좋아하는 팝송이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가 부르는 스탠더드 풍이라니. 알고 보면 언니도 부드러운 여자인가?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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