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선거, 괴상한 정치를 다 본다. 열린우리당이 5ㆍ31 지방선거전 막바지에 내놓은 대국민호소문은 이런 일감(一感)을 갖게 한다. 선거운동 지원을 일시 중단하고 긴급회의를 연 것도 그렇지만, 채택한 호소문의 내용은 상식적으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거전 막바지에 여당이 절감하고 있을 낭패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초반의 참패 전망이 완화되기는커녕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 이후 더욱 굳어지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할 전망”이라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진단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국민 호소문이 강조했듯, 지방정치에도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다. 지방정치에서 독점이 장기화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리고, 부패와 비효율이 늘어날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지도 않은 마당에, 이른바 싹쓸이 전망을 놓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 마비나 ‘생명을 걸고 지켜온 민주정치체제’의 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과장이 지나치다.
더욱이 민주평화 세력의 위기를 거론한 데서는 국민 일반의 인식과 동떨어진 독선적 오만까지 엿보인다. 설사 선거 결과가 현재의 전망대로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을 반민주, 반평화 세력의 창궐이라고 여길 국민이 얼마나 될까.
애초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중앙정권 심판론을 희석하기 위해 지방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로 보아 유권자들은 거기에 공감하지 않았다. 또 이번 선거에서의 선택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4년 뒤의 선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 마련돼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은 여전히 주권자인 국민의 손에 달렸다.`
여당이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거론하면서 정계 개편론을 들고 나온 것도 시의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매 맞을 일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달게 벌을 받고, 반성과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지를 되찾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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