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재환)는 25일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의 파기환송심(대법원에서 파기해 다시 하는 재판)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금호와 SK에서 3,000만원과 7,000만원씩 받은 혐의와 현대상선 부당 대출을 도운 혐의,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 법정 구속했다.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가 이뤄지게 되지만,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재판부는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150억원의 관리인 역할을 했다는) 김영완씨의 영사(領事)신문 진술서 등 새로운 증거가 제출됐지만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김씨를 재일 영사관을 통해 조사해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박씨는 최초 구속 후 1년 가량 수감 생활을 한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2년 가량 수감생활을 더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수행해 모종의 역할을 하려던 박씨의 의욕도 꺾이게 됐다.
박씨는 이번 선고가 나기 전 구속 이후 햇수로 4년이 흘렀음을 빗대 측근들에게 “꽃은 네 번 졌어도 녹음방초의 계절은 다시 왔다”고 말했지만 교도소 안에서 꽃이 지는 것을 두 번 더 봐야 할 처지가 됐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의 변호인인 소동기 변호사는 “무죄 선고 부분은 환영하지만, 법정 구속은 예상치 못했다”며 “검찰의 대응에 따라 상고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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