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년 커가던 아이들의 키가 최초로 줄어들었다는 통계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얼마 전 발표한 ‘2005년 학생 신체검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2005년 남ㆍ녀 평균키가 각각 134.76㎝, 134.44㎝로 전년에 비해 0.06㎝, 0.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등학교 여학생의 평균키도 160.62㎝로 지난해에 비해 0.05㎝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여학생의 평균키가 지난해에 비해 0.03㎝줄었다. 남학생의 키는 2001년 0.2㎝, 2003년 0.3㎝ 늘었으나2005년에는 0.06㎝ 느는데 그쳤다.
“도대체 왜 키가 줄었을까?”
◆ '영양 개선으로 키 크기' 한계에 다다랐나?
김덕희 신촌세브란스어린이병원 원장은 “우리 민족이 외부 환경요인에 의해 키가 성장할 수 있는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길 서초함소아한의원 원장도 “지금까지는 영양상태 개선으로 아이들의 키가 꾸준히 커왔지만 이제는 의미가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영양상태 불량, 전염병, 저질의 의료수준 때문에 성장이 방해를 받았으나 지속적으로 여건이 좋아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키는 계속 커왔었다. 하지만 영양상태, 보건 수준 향상으로 성장호르몬 분비를 정상화되어도 각 인종에 따라 성장의 한계는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결과가 우리 국민의 성장 한계 수준에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1880~1980년 100년 동안 미국, 유럽 국가들은 국민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예방주사,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평균키가 매 10년마다 2~3㎝씩 증가했다. 일본 역시 1950~80년 동안에 10년마다 국민의 평균키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은 서구와 일본 모두 국민의 평균키에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성장을 방해하는 수면ㆍ운동부족이 더 문제
이와 함께 더욱 주목 받는 것은 수면ㆍ운동 부족, 스트레스이다. 백경훈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한해의 청소년 발달상태만 놓고 청소년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기는 성급한 상태”라며 “다만 수면부족, 운동부족 등이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즉, 영양상태 개선이 청소년 성장여력을 높여놨으나 최근의 청소년 생활습관이 이 성장여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우선 성장에서는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밤 10시~새벽2시 사이 숙면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학업에 시달리는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수면시간이 늦어지고 줄어들고 있다. 또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고, 집에 오면 컴퓨터에 앉는 생활습관도 문제다. 운동을 해야 뼈관절에 있는 성장판이 자극받아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학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영양이 넘쳐도 키를 작게 만든다
넘치는 영양상태도 성장에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ㆍ청소년 비만. 이는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고 간질환, 관절염,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도 유발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소아, 청소년 비만은 성장도 방해하게 된다.
김덕희 원장은 “뚱뚱한 아이들은 보통 어렸을 때 키가 다른 애들보다 큰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이들은 비만으로 인해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서 성장판이 일찍 닫혀 결국 키가 많이 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비만인 여자어린이의 경우는 생리가 빨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성인정보 뿐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가 넘쳐 나며 아이들이 지나치게 조숙해 지는 것도 성장에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덕 이솝한의원 원장은 “실제 자기 나이보다 빠른 정신적 성장은 신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경우 키는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크지만 성장이 멈추는 것도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된다”고 말했다.
◆ 우리아이 정말 작은 걸까?
어린아이의 성장은 1/3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 1/3은 질병, 영양, 운동, 수면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 1/3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나머지 원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33% 정도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아이의 성장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병원을 찾아 키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럼 어느 정도 일 때 저(低)성장을 의심해야 하는 것일까?
이 때는 연(年)성장속도를 확인하는 게 좋다. 키의 성장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만 4세 미만일 때는 1년에 6㎝ 미만, 4~8세 사이에는 1년에 5㎝ 미만, 8세에서 사춘기 직전까지는 1년에 4㎝ 미만으로 자랄 때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외에도 키가 또래 100명 중 앞에서 3번째안에 들거나, 다른 가족과 비교해도 유난히 작을 때도 관심을 갖는 게 좋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