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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말레이시아 - 동서양의 공존, 말라카

입력
2006.05.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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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년 전 수마트라 왕국의 파라메스와라 왕자가 내란을 일으켰지만 실패했다. 왕자는 자신의 병사들과 쫓겨 지금의 싱가포르를 거쳐 말레이시아에 이르렀다. 지친 왕자는 자포자기한 채 해변의 나무 그늘에서 잠에 빠졌다. 자고 일어나 보니 자신의 사냥개와 흰 노루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흰 노루의 승리였다. 힘만을 중시하던 자신이 지혜에 밀려 패한 것을 깨달은 왕자는 깨달음을 준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 땅의 이름을 자신이 잠을 잤던 나무를 뜻하는 ‘말라카’라 짓고 지혜를 가진 통치자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말라카는 이후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 말레이 토착문화와 유럽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도시로 탄생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최대 항구 도시였고, 15, 16세기를 풍미했던 해상 실크로드의 동방 거점이었던 고도 말라카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남쪽, 말레이반도의 서쪽 해안에 있다. 도시 말라카가 속해있는 말라카주는 말레이시아에서 두번째로 작은 주이다. 그러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옛 것과 새 것,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곳이다. 수많은 침략과 지배를 겪었던 역사가 이런 융합의 현장을 창조해냈다.

우선 500년 역사의 중국 문화를 돌아본다. 말라카강의 서쪽의 툰탄쳉그로의 좁은 거리에는 중국인들의 고가(古家)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15세기에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만든 거리이다. 거리전체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어 건물의 신축 및 보수가 불가능한 이곳은 중국인들의 이주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바바뇨냐 전통박물관은 중국 남성을 뜻하는 ‘바바’와 말레이 여성을 뜻하는 ‘뇨냐’가 결합된 ‘바바뇨냐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인들의 생활양식을 가늠할 수 있는 가구에서부터 결혼 예복, 음식 그리고 장례문화까지 전시되어 있다.

말라카 관광의 백미는 네덜란드 통치시절 지어진 스테더이스 기념관이다. 1650년 네덜란드 총독과 관리들의 공관으로 지어진 스테더이스는 네덜란드식 석공예와 목공예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식 건축물이다. 스테더이스 옆에 위치한 크라이스트 처치는 1753년 건축되었으며 교회 외부에는 시계탑이, 내부에는 200년 전에 만든 수공예 의자가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문화적 가치가 높다.

화려한 네덜란드 건축물에 취해 길을 걷다 보면 언덕 위에 벽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세인트 폴 교회를 만난다. 네덜란드에 앞선 포르투갈 통치 시대인 1521년 두아르테 코엘료에 의해 지어졌다. 가톨릭을 박해하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공격에 의해 파괴되고 외벽만 남게 되었다.

네덜란드가 지배하는 동안 세인트 폴 교회를 포함한 언덕 일대는 귀족들의 무덤으로사용되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단지 360년 전 견고한 철옹성이었지만 네덜란드군의 무자비한 포격으로 무너지고 남은 에이 파모사 요새의 산티아고 문만이 융성했던 포르투갈 식민 시대의 과거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고온 다습한 말레이시아 날씨 속에 유적지를 따라 걷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말라카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력거 트라이쇼를 이용하면 편안하게 시내관광을 할 수 있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트라이쇼를 타고 말라카의 좁은 거리와 골목들을 탐험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말라카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말라카(말레이시아)=글ㆍ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 영화 '남태평양' 촬영지 콴탄

따가운 아침 햇살이 잠을 깨운다. 클럽메드로 유명한 채러팅 해변의 리조트에서 맞는 아침은 늘 새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콴탄은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품은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말레이반도 동해안에 위치한 콴탄은 말레이시아의 13개 주중 가장 큰 면적을 가진 파항 주의 주도이다. 영화 ‘남태평양’을 촬영한 티오만섬, 말레이시아 최대 카지노이자 테마파크인 겐팅 아일랜드, 그리고 해발 1,400m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부킷팅기 리조트 등이 있는 콴탄은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며 쉬었다만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먼저 열대 정글을 탐험한다. 남중국해와 벨랏강 사이에 위치한 콴탄강을 왕복하는 ‘파항 리버 크루즈’는 관광객들을 다양한 세계로 이끈다.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항해에서 베트남, 중국의 어선들과 해상 가옥 그리고 야생의 이구아나와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배는 타만 바카우 공원에 닿는다. 250m에 달하는 보드워크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담수가 겹치는 곳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들이 긴 뿌리를 뒤엉켜 드러내며 희귀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갯벌에는 조개, 게, 수달 같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를 먹이로 삼는 독수리, 백로, 물총새도 보인다.

주석 생산지인 램빙강 마을은 콴탄강 정글 투어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야말로 말레이시아의 속살까지 볼 수 있는 순박한 곳이다. 한때 세계 주석의 33%를 생산하며 풍요를 누렸던 램빙강 마을은 출렁다리를 건너야 만난다.

주민 대부분이 중국계로 복을 상징하는 빨간 함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빨래를 널던 아이들은 낯선 관광객을 보자 집안으로 숨는다. 문틈으로 몰래 내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한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마을을 뒤로 하고 발길을 옮기면 먼 발치에서 따라오는 아이들의 미소가 정겹다. 이 곳의 ‘숭아이 램빙 박물관’은 광산에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광산에서 일했던 늙은 광부로부터 광산의 역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램빙강을 떠나 콴탄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재래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열대과일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중 두리안은 모양과 냄새는 고약하지만 고단백이며 맛이 뛰어난 ‘과일의 왕’이다. 비싸게 팔린다. 옛날 말레이 여인들은 시집갈 때 시댁이 두리안 나무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그 부를 가늠했다고 한다. 굳이 과일을 사지 않더라도 각종 과일을 시식하다 보면 배가 부를 지경이다.

해가 저물면 콴탄의 거리에는 각종 해산물을 파는 노천 음식점들이 불을 밝힌다. 바다는 이미 어둠 속에 갇혔고 귀로 파도를 느끼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내륙탐험으로 지친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이슬람 국가로 독주는 팔지 않지만 이국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맥주 한잔으로도 충분하다.

콴탄(말레이시아)=글ㆍ사진 조영호기자

■ 여행수첩/ 말라카

말라카에 가려면 쿠알라룸푸르의 푸두라야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북-남고속도로를 탄다. 말라카 시내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콴탄의 채러팅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콴탄공항에서 픽업서비스를 해줄 리조트와 사전 연락을 취해야 한다. 공항에서 각 휴양지까지 가는 일반 교통 편은 택시뿐이다.

말레이시아의 기온은 섭씨 21~32도로 고온 다습한 아열대 기후다. 저녁에는 서늘한 편이고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통화는 말레이시아 링깃(RM)으로 1링깃이 한화 약 300원이다. 출국 전 달러로 환전해 현지 은행과 호텔에서 링깃으로 바꾼다. 한국보다 1시간 느리며 6개월 이상의 유효기간이 남은 여권소지자만이 입국이 가능하고 3개월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음식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그리고 뇨냐 음식(중국과 말레이 음식의 현지 변종) 등 다양하다. 향초와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이 많아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음식을 선택하면 후회가 없다.

주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콴탄은 기도를 올리는 금요일이 공휴일이어서 모든 상점 및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 대신 일요일에 관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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