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말할 것도 없고 142명이나 되는 소속 의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흙빛이다. “내 선거라면 차라리 포기했다”는 한 재선의원의 자조에서 보듯 엿새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참담함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난다.
우리당은 궁여지책으로 25일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 중인 의원은 물론 당직자, 고문들을 전원 소집, 중앙당에서 긴급 비상총회를 열기로 했다. 출발부터 어려웠던 선거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으로 더욱 꼬여 “남은 기간동안 무슨 난리를 쳐도 결과는 뻔할 것”(한 초선의원)이란 절박감 때문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당직자는 24일 “한 데 모여 한번만 살려달라고 유권자들에게 비는 수밖에 없다”며 “비상총회는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감성적 기류에 휩쓸린 선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반전의 계기를 찾아보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비상총회에선 이번 선거가 특정정당에 의해 독점, 싹쓸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진정성 있는 대국민 호소문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 의장도 선대위 회의에서 “5ㆍ31 선거가 이 땅의 민주, 평화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크다”며 “민주주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견제와 균형을 잡아달라”라고 읍소했다.
우리당의 극단적 위기감은 외부 기관 조사는 물론 당 조사에서도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ㆍ기초의원 등 모든 선거에서 사상 유례없는 참패경보가 나오는 데서 비롯된다. 당내에는 “전북을 빼곤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이러다가 전국당이 아니라 전북당 되는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무성하다.
230곳에서 치르는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자체조사 결과 우세지역이 20곳을 겨우 넘었다. 그나마 우세는 전북 등 호남권에 국한돼있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에선 모두 두 자릿수 차이로 밀리고 있고, 인천ㆍ경기에서 1%라도 앞서는 곳은 3곳 뿐이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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