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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통기한은… 프랑수아 오종의 '5 X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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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통기한은… 프랑수아 오종의 '5 X 2'

입력
2006.05.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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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서류에 서명을 앞두고 있는 중년의 두 남녀 질(스테판 프레이즈)과 마리옹(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 변호사가 읽어주는 권리와 의무 사항을 무심히 듣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한 점의 미련도 없어 보인다. 그들은 과연 사랑을 했을까. 사랑했다면 무슨 이유로 갈라서는 것일까. 불륜? 성격 차이? 집안간의 갈등?

프랑스 영화 ‘5 X 2’의 첫 장면은 등장 인물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숱한 의문 부호를 띄우지만 영화는 정작 명확한 대답을 회피한다. ‘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른 두 남녀가 겪었을 극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상의 균열을 통해 조금씩 무너져내린 사랑의 행로를 탐색한다.

‘5 X 2’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두 남녀가 사랑하고 이혼하기까지의 다섯 가지 에피소드를 시간을 거슬러 배치한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던 결혼 생활 속의 불륜, 천신만고 끝의 출산, 화려했던 결혼식 등 과거 속으로 조금씩 미끄러질수록 영화는 애틋했고 찬란했던 사랑의 순간들에 더욱 밀착한다. 그리고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첫 만남의 눈부신 한 때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8명의 여인들’(2002), ‘스위밍 풀’(2003), ‘워터 드랍스 버닝 록’(1999) 등을 통해 중산층의 삶에 내재된 불가해성과 사랑의 권력 관계를 파헤쳤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이 영화에 이르러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한다. 때가 되면 상하는 음식처럼 사랑도 시간에 의해 변질되고 뒤틀리게 된다고, 그래서 사랑에도 유통 기한이 있는 것. 그의 담담한 전언이다.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권태로 마감한다는 39세 젊은 거장의 결론. 오랜 연인들이라면 깨쳤을 평범한 이치지만 쓸쓸하고 잔인하기만 하다. 26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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