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씨가 우리 문학의 저급화와 교양 퇴조 풍조에 대한 고언(苦言)을 25일 예술원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문학의 전락 - 무라카미 현상을 놓고’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그는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감상적 허무주의를 깔고 읽기 쉽게 씌어진, 성적 일탈자와 괴짜들의 음담패설집”이며 “고급문학의 죽음을 재촉하는 허드레 대중문학”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청춘은 성(性)적인 계절이지만 동시에 성숙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이 책은 성숙을 위한 모색이 없다는 점에서 (작중 화자가 거론한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대척점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과 교육을 통해 축적한 인문적 교양이 신분의 표지였던 과거와 달리, 대학교육이 보편화하고 생활스타일이 다원화하면서 ‘교양’ 역시 ‘구제도의 하나’가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문학의 길이 ‘기쁨으로 출발하나 / 종당에는 낙망과 광기가 온다’고 했던, 낭만주의 시인 워드워스의 시 ‘결의와 독립’의 시행을 인용하며, ‘(이미) 낙망과 권태를 체험하고 있는 연구자나 교사의 비문학적 관심과 정열’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문학의 매혹에 눈뜨게 하는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 근거로 범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문학계의 ‘이론’ 탐닉 현상을 들고 있다. “작품 읽기보다 이론 읽기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정전 개념의 해체를 통해 나태한 젊은이들에게 고전기피 현상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또 교수들의 연구업적 경쟁체제도 “교수들로 하여금 ‘이론’ 도입을 통한 논문 엮어내기를 강요하여 작품을 한갓 논문의 자료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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