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분쟁중인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임직원들이 영어(囹圄)의 몸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석방작전’에 앞다퉈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 그룹이 정 회장을 상대로 “현대상선 경영권을 인정해달라”는 ‘구애작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전계열사 임직원들이 정 회장의 석방 탄원서를 작성했으며 조만간 이를 법원과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현대 관계자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현대ㆍ기아차그룹을 돕기 위해 탄원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어려운 국내 경제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의 조기 정상화는 시급한 일”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범현대가’에서 탄원서를 작성한 사례가 없으며 현대그룹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임직원 2만5,000여명도 11일부터 시작된 울산상공회의소의 ‘현대자동차 살리기 서명운동’에 전원 참여했다. 현대중 관계자는 “정 회장과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해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두 그룹의 ‘MK구하기’가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범현대가의 ‘맏형’인 정 회장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현대상선 경영권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주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조만간 정 회장을 면회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에대해 “‘정 회장을 면회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면 ‘면회를 하겠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정 회장의 호감을 사기 위해 탄원서를 낸다는 얘기는 억측이며, 과거 현대가의 한솥밥 식구로서 정 회장을 도우려는 순수한 의도로 봐달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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