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대출경쟁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개인신용대출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담보없이 신용만 믿고 빌려주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도가 높지만 최근 대형 은행들이 속속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개인의 신용도가 많이 향상돼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0년부터 5,000만원으로 유지해 왔던 신용대출 한도를 다음달부터 1억원으로 2배 늘리고 금리도 최대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한도 확대는 신용대출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치열한 경쟁 와중에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시장에서 적극 공세로 전환하는 게 아닌가 주시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유인책을 최근 들어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3일부터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탑스전문직우대론’의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고 금리도 0.5%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60%에서 80%로 상향 조정한 ‘아파트우리홈론’을 출시한 데 이어 3월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 ‘우리메디클럽’을 판매중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대상이며 의사의 경우 최고 대출한도가 3억원. 금리는 최저 연 5.46%(CD 연동대출, 건별 거래기준, 5월24일 현재)로 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하다.
은행들의 이 같은 경쟁 현상은 최근 들어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될 기미를 보이면서 신규 대출원을 확대해야 하는데다 은행간 자산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19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은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개인이나 개인사업자(SOHO)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고소득 전문직에게 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 주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구조가 다소 불안정한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경쟁을 지속한다면 향후 금리상승 시기와 맞물려서 은행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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