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선물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그룹들은 2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삼성 이건희 LG 구본무 SK 최태원 회장 등은 이날 회동 후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협력사 지원방안을 마련할 지시했다.
삼성은 201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지난해 상생 방안을 일부 확대하고 구체적 내용을 다듬은 업그레이드 협력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협력업체도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된다는 게 최고 경영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에게 자금ㆍ기술ㆍ시스템ㆍ경영노하우 등을 지원하는 내용과, 삼성이 보유 중인 유휴설비와 기계ㆍ계측기 등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방안의 속도와 범위도 더욱 깊어지고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경영노하우를 전달하는 혁신학교, 중소기업제품 전시장 운영 등도 검토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현금결제’와 ‘기술개발 지원’ 등 두 가지 방안을 통해 상생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중소 협력업체의 경우 내수 부품 대금조건을 60일 어음에서 현금결제로 대체한다는 게 대표적인 내용이다. 또 2010년까지 협력업체의 자금지원을 당초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고, 지원금 중 2조6,300억원은 기술개발 자금에 집중 투입하는 방안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행복동반자’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올해 초부터 17개 계열사의 100% 현금결제를 시행 중인 SK그룹은 상생의 범위를 해외로 확대했다. SK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협력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적극 도와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의 해외사업과는 상관없이,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가장 투명한 파트너, 가장 거래하기 좋은 회사’를 상생 경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상생경영 우수사례로 꼽힌 ‘중견인력 이동제’, ‘대ㆍ중소기업 협력펀드’,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예정이다.
포스코는 협력의 ‘파이’를 키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경기악화에도 불구, 발주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또 최저낙찰제를 개선해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발주사를 선정키로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가 ‘협력업체 자금지원 및 중소기업 초청 박람회’를, 롯데제과는 ‘생산설비 협력업체 이양’ 등을 준비하고 있다. GS와 한화도 현금결제 비중을 늘리는 상생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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