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휴대폰 산업은 성장 한계점에 다다랐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 정보기술(IT)의 상징처럼 꼽혀온 휴대폰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SBS 주최로 24일 개막한 ‘서울디지털포럼 2006’에서 IT시장 분석 전문업체인 아이서플라이의 데렉 리도우(사진) 회장은 “한국이 LCD TV, 휴대폰 등 주요 IT분야에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 확대로 한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과 주도권을 상당 부분 잃었다”며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획기적인 디자인과 히트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도우 회장은 특히 휴대폰 분야에서 경쟁력 상실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1, 2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2004년 휴대폰 1개 모델당 평균 2억 달러를, 3, 4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4,000만 달러를 벌었다”며 “지난해에는 삼성과 LG전자의 노력으로 휴대폰 1개 모델당 매출액이 1억 달러까지 올랐으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한국 기업을 훨씬 상회하는 5억 달러로 증가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리도우 회장은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전세계 어느 시장에나 대응할 수 있는 히트 제품에 주력한 반면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모토로라는 대표 휴대폰인 ‘레이저’를 시장 및 고객별로 다양하게 마케팅한다”며 “유럽처럼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분홍, 검정 등 색상으로 승부하고 미국 등 업무를 우선하는 고객이 주도하는 시장에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능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리도우 회장은 “한국은 무엇보다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한다”며 “이용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휴대 자체가 즐거운 ‘펀’(Fun)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노근창 애널리스트도 세계 휴대폰 시장 전망 자료를 통해 “올해는 인도, 남미 등 저가폰 위주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된다”며 “노키아, 모토로라는 저가 휴대폰 물량을 늘려 대응하고 있으나 저가 휴대폰이 없는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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