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유학 중인 한국인이 또다시 선로에 몸을 던져 일본인의 생명을 구했다.
5년 전 이수현(당시 26세)씨가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한 바로 그 장소에서 다시 꽃피운 미담이다.
일요일인 21일 새벽 5시30분 도쿄시내 신오쿠보(新大久保)역 내. 선배 이사를 도와주러 가던 유학생 신현구(27)씨는 속이 불편해 평소 이용하지 않는 이 역에서 하차했다.
그때 반대편 선로에 묵직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선로 위에는 만취한 일본 여대생이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20여명의 일본인이 있었으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순간 그도 주춤했다.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역이 이수현씨가 숨진 장소라는 것을 떠올린 그는 자신의 몸을 선로를 향해 던졌다.
다행히 여대생을 안아 홈으로 올려 구출한 후 자신도 무사히 올라왔다. 그는 “무의식 중에 평소 몇 배의 힘이 나와 여학생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병원에 옮겨진 일본 여대생은 손발에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연히 내린 역이 바로 이수현씨가 숨진 곳이고, 그 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 정말로 신기했다”는 그는 “나도 이씨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수현씨의 의인 정신이 특별한 인연으로 부활했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전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일본에 온 신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수현씨가 일본어를 배웠던 학원 아카몬카이(赤門會)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학원 주변에 조성된 5평 규모의 이수현 공원에서 그의 부조상을 바라볼 때 마다 마음 속으로 애도하곤 했다고 말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그는 지난 2월 학원 축제에서 ‘미스터 아카몬카이’로 뽑힐 정도로 친구들간에 인기가 높은 학생이라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경기 시흥에 사는 신씨의 어머니 전명자(48)씨는 “우리 현구가 예전엔 소매치기를 잡더니 이번에는 사람을 구했네요”라며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씨는 2000년 여름 서울 지하철 잠실역에서 소매치기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적이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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