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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축제 '악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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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축제 '악당의 조건'

입력
2006.05.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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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사랑하는 아내에게 미안함 밖에 남지않은 30대 중반의 태식은 남은 일이라고는 권총으로 한 탕 하는 일뿐이라고 믿는다.

그는 포르노 테이프를 파는 뒷골목에서 권총을 산다. 극단 축제가 ‘악당의 조건’은 우리의 뒤틀린 자화상, 조폭 되길 유혹하는 사회의 이면을 폭로한다.

쌍욕이 우스개에 섞여 난무하지만 개그 프로 보듯 할 수는 없다. 극이 전개되면서 그런 언행은 나름의 눈물겨운 투쟁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타인의 절박한 진실을 자신은 우스개로만 치부하고 있지 않은지, 객석은 스스로를 돌아 보게 된다.

사투리와 거친 몸짓이 몸에 익은 배우들의 연기에 무대는 일순 서울 도심의 으슥한 뒷골목으로 변한다. 각 지방의 사투리에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말투 덕에 뒷골목 풍경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연출가 김광보 씨가 “극단적 캐릭터들이 펼치는 진실된 모습에, 일반 관객들은 오히려 (마치 개그 프로라도 되는 양) 웃음을 터뜨릴 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자칫 코미디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니 배우들이 죽을 노릇”이라고 했다.

극이 확인하려는 것은 이 양극화의 시대가 방치해 둔 가난의 행로다. 작가 장우재 씨는 그를 두고, “(바깥 시선으로 봤을 때) 성공해도 슬프고, (내부 시선으로 봤을 때) 실패해도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악당마저도 되지 못 하는 가난한 자들의 웃기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이도 저도 실패한 뒤, 결국 택시 운전에 나서기로 마음 먹은 태식의 일상으로 극은 막 내린다. 비오는 그 날, 미꾸리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겠다는 아내의 말은 돌아온 그에게 더없는 존재의 이유다. 윤영걸 김지성 박민규 등 출연. 6월 1일~7월 9일까지 소극장 축제. 화~금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7시30분, 일 3시 6시. (02)741-393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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