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존 그레이컨 론스타 회장은 불과 한달여 전 서울에서 가진 회견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잔뜩 몸을 낮추며 ‘사과’와 ‘이해’를 구하던 모습은 간데 없고 떵떵거리며 ‘협박’까지 하는 모습으로 뒤바뀌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목소리는 “모든 우리 조직원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조사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납세 문제에 대해서도 “7,250억원을 세금 납부를 위해 예치해 둘 것”이라고 했다가 “낼 세금이 없다”며 배짱을 부렸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이중 플레이’로 최소한의 국제적 예의마저 저버린 것은 둘째 치고, 주장 자체도 아전 인수격이다. 론스타에 대한 ‘지나친 수사’ 보다는 수사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게 더 문제다. 외환은행 인수의 핵심 인사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탈세, 외화도피 등의 혐의가 적발됐지만 미국으로 도망쳐 수사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론스타가 스티븐 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론스타가“존중 받을 권리”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스티븐 리를 찾을 수 있도록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세금 납부도 한국 법질서와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될 문제지, 배짱 부릴 계제가 아니다.
론스타의 태도 돌변의 속내는 뻔하다. 국민은행과의 계약 체결로 남은 일은 인수대금을 챙겨가는 것 뿐이지만, 검찰 수사가 끝나야 가능하다. 어서 수사 종결돼 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고약한 것은 이를 위해 “한국의 반 외국자본 분위기에서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할 것인가” “수사가 반 외국자본 정서에 영향 받지 않고 시기에 맞게 끝내기를 바란다” 등 한미간 분쟁을 유도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국이 더욱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 같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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