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과 함께 대중 앞에 나타나기를 꺼린다.
2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이유는 민주당의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힐러리 의원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동반자나 대리인이 아니라 ‘그녀 자신’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친구들에게 “힐러리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에 (내 활동의) 제1 우선순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외조’가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지난 달 클린턴 부부는 시카고에서 서로 다른 행사에 참석, 각기 연설을 했으나 여느 부부들처럼 저녁때 만나 함께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론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연설을 마친 뒤 먼저 조용히 시카고를 떠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전략에 대해 “클린턴 부부의 분리된 삶은 각자 활동영역이 구분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계산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 의원의 행사에서 그녀를 소개하거나 그녀의 연설을 경청하기 보다는 다른 정치행사에 독자적으로 참석토록 ‘파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클린턴 부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의 장례식에 함께 참석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이 감동적이었던 반면 힐러리 의원의 연설은 ‘뻣뻣했다’는 상대적 비교열위의 평가를 받았다.
부부의 대변인들은 그러나 “개인적 삶에 있어서 그들은 가능한 함께 지내려 하고 있다”면서 “일 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할 때도 그들은 항상 대화를 나눈다”고 주장했다. 부부의 정이 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클린턴 부부는 한 달에 평균 14일을 함께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인 ‘르윈스키 사건’이후 부부의 금슬이 공고해 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와 함께 클린턴 부부가 3번째로 백악관에 입성하려는 것에 대해,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금도 가십난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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