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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6자회담에 대한 중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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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6자회담에 대한 중간평가

입력
2006.05.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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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6자회담이 2005년 9월 19일에 끝난 후 약 8개월이 넘도록 후속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9ㆍ19 공동성명에는 제5차 6자회담을 2005년 11월 초에 갖기로 합의하였으니 6자회담 당사국은 공동성명의 합의 사항을 이미 하나 깨버린 셈이다.

공동성명 2항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양자 간 정책에 따라서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처를 취하기로 원칙적으로 선언하였으나 아직까지 그 조항의 실질적인 이행은 요원하다.

● 공전 속에 美는 압박 北은 버티기

오히려 미국은 북한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계좌를 동결하는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북자를 미국에 입국시키는 등 대북 압박정책을 강화하였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선결요건으로 BDA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로서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최근에는 평화협정 협상 가능성을 흘리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고 있으나 평화협정 협상은 이미 9ㆍ19 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있는 항목이기 때문에 북한을 6자회담으로 유도하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6자회담의 여태까지의 기능과 미래의 전망에 대해서 중간 점검을 한번 해 보고 향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6자회담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인가? 앞으로도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매우 유용한 틀로서 계속 존재할 것인가?

6자회담은 사실 정교하게 고안된 틀로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미국의 편법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 초기의 방침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자 그 방침을 슬쩍 철회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틀에서 북미 간 직접 협상을 통하여 리비아 식으로 핵 문제를 풀려는 것도 아니었고,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에 긴밀한 전략적 조정이 전제된 협상의 틀을 만든 것도 아니었다.

6자회담이라는 틀은 각국이 자신의 목적에 맞추어 내용을 채워나갈 빈 그릇으로 공중에 던져졌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빈 그릇의 내용을 채우는데 있어서 북한과 미국이 6자라는 복잡한 틀을 통하여 협상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의 수준이 높지 않았고, 오히려 양국이 6자회담을 각각의 강경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하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6자회담의 목표는 누가 뭐라 해도 북핵 문제의 해결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역설적으로 6자회담을 통하여 미국이 협상을 통하여 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공증하면서 핵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북미 간 직접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보다는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대외에 공증하면서 압박정책을 정당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필자가 일전에 다른 글에서 6자회담이 문제의 해결과 악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 양면의 칼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였지만 이제 6자회담의 칼날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고 있다.

● 한국, 무리한 승부수 둘 때 아니다

따라서 미국을 불신하는 북한은 당분간 6자회담보다는 핵 보유의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3년 버티기로 나갈 것이고, 미국은 압박과 6자회담을 병행하려는 양동작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완전히 죽이지 않는 이유는 6자회담이 제한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이한 길로 나아갈 때 한국은 6자회담에 목을 매거나, 갑작스런 무리한 승부수를 두기 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인내를 가질 때가 아닌가 싶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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