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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팔 곳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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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팔 곳을 찾아

입력
2006.05.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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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없이 장사하는 형태도 층하가 있다. 그 중 형편이 나아보이는 건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파는 것이다. 그들은 대개 정해진 행로대로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한다. 야채나 과일이나 생선 등 신선도가 중요한 식료품을 실은 트럭들은 하루를 쪼개 이동한다. 그래서 귀에 익은 호객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리면 지금이 몇 시쯤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피자나 족발이나 만두 등 조리한 별식을 파는 차들은 한 주일을 쪼개 옮겨 다닌다. 한 동네 사람들에게 매일 똑같은 간식거리를 공급하는 건 ‘인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특별히 맛있는 순대를 파는 소형 트럭이 금요일 저녁에만 우리 동네에 서 있다. 내일이면 오겠네.

그들을 노점상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다. 행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려나?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니 뜻은 들어맞는데, 어째 아닌 것 같다. 아마 그들이 발로 떠돌아다니는 게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그들 삶도 종종 신산할 정도로 고달프겠지만, 행상, 즉 도붓장수라 불리는 사람들만큼 눈물겹지는 않을 게다. 붙박이 가게는 아니지만 그들의 트럭은 버젓한 가게다. 나는 그들을 자유상(自由商), 혹은 유상(遊商)이라고 부르련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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