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고속터미널과 연결된 강남지하도상가. 여기서 옷 가게를 하는 박모(43ㆍ여)씨는 ‘지하생활’ 1년 6개월여만에 1.0이던 시력이 0.5로 떨어졌다.
목이 붓고 가슴이 답답한 것은 물론이다. 800여개의 매장이 밀집된 강남지하도상가 내부는 의류 신발 피혁제품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메케한 냄새와 혼탁한 공기 때문에 10분을 채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회사원 최모(44)씨는 매일 퇴근 무렵만 되면 목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무실의 맑지 않은 공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지난해 사무실 근무자 9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눈이 마르고 목이 아프며 피곤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혼탁한 공기 지하상가나 사무실 등 실내의 공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서울 강남지하도상가, 영등포역, 국립민속박물관, 현대백화점 천호점 등 실내공기질 유지기준 등을 지키지 못한 39개 다중이용시설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강남지하도상가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은 기준치(500㎍/㎥)의 3배를 초과한 1,870㎍/㎥로 나타났다. 기준치를 초과한 VOC에 장기 노출될 경우 피로감이나 두통을 느끼는 것은 물론, 중추신경이 마비될 수도 있다.
엉성한 법규 실내공기질 관리부처는 환경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러나 부처별로 관리하는 시설이 다르고 법규적용도 각각이어서 효과적인 공기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합건물 공연장 실내체육시설 등 1만3,000여 곳의 공중이용시설을 관리하는 복지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점검실태를 취합한 결과, 실내공기질을 위반한 시설은 단 한곳도 없다고 밝혔다. 단속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무실과 공장의 작업실을 관리하는 노동부는 형평성 때문에 법규 적용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사무실에 비해 작업실의 공기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은 동일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강력히 단속했을 경우 공장들의 반발이 뻔하다.
올해부터 각급학교 교실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하는 교육부는 실내공기유지 방법을 각급 학교에 제시했다. 하지만 예산지원 없이 학교장이 알아서 관리토록 일임해 효과는 미지수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실내공기질을 통합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각 부처가 반대해 분산 관리하고 있다”며 “더구나 실제 현장 조사는 각 지자체가 맡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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