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오늘로 예정됐던 경의선ㆍ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수 차례 협의를 거쳐 합의한 행사를 하루 전에 못하겠다고 드러누워 버린 꼴이다. 이런 분별없는 변덕이 남북관계를 다시 냉각시켜 위기상황을 초래한다면 전적으로 북측 책임이다.
행사 취소 이유로 군사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과 남측의 비정상적인 정세를 든 것도 우스운 일이다. 군사보장조치는 북측의 소극적 자세로 진전이 없었던 문제다.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북측이 훨씬 더 무겁다. 열차 시험운행에 군사보장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조건도 아니라고 본다.
이미 수많은 차량과 인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왕래하고 있는데 같은 구간의 열차 시험운행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친미ㆍ극우 보수세력과 관련한 남측 정세 운운도 터무니없다. 남북관계 급진전에 불안해 하는 북한 군부의 제동일 수도 있지만, 절대적인 수령체제에서 군부의 반대를 이유로 댄 것은 다른 속셈을 감추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임을 자발적으로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국제사회에 북한의 신뢰도와 위신 추락을 불러올 게 뻔한 자충수다.
북측은 지난해에도 현대그룹 내부 사정인 김윤규 회장 퇴출 문제를 트집잡아 금강산관광 규모를 일방적으로 축소,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다.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북측을 도와온 남측 정부의 입지도 이번 일로 더 좁아지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 통일부가 유감 성명을 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속한 시일 내에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늘 이런 식인 북한의 태도에 무르게 대처한다면 상호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진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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