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한 바람의 OST가/라이브로 온 숲에 울려 퍼지고/마모되는 시간의 골짜기에 떨어져 뒹굴던/가랑잎들이 움찔움찔 춤을 추며/환생의 한 겹 옷을 입고/너울너울 하늘 사다리를 오르고 있었다’ 조윤희 시인의 ‘하늘 사다리’가 현실화하려는가.
무대 미술의 개척자로, 연극만을 위해 내달려 온 극단 자유 대표 이병복(80ㆍ사진)씨가 마지막 불꽃을 지펴 올린다. 27~31일, 그는 40년 동안 무대의 판타지를 위해 깁고 꿰맨 옷, 인형, 가면 등을 남편인 화가 권옥연(83) 씨와 함께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금곡면 무의자(無依子) 박물관에서 전시한다.
전시회 명칭은 ‘이병복 없다’. 전시작품은 극중 사용된 강렬한 이미지의 의상, 독특한 종이옷의 원단, 인형, 각종 소품, 배우들과 고락을 함께 했던 갖가지 탈, PQ(세계무대미술경연대회) 출품작 등 줄잡아 1,000여점이다.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모두 소각된다. 전시 소식이 알려지자 각지에서 안부가 몰려오고, 박물관을 세워 작품들을 보존하자는 등의 제의가 정치권에서 들어오지만, 그는 뜻을 굽힐 태세가 아니다. 한번도 제대로 관심을 보여준 적 없는 세상에서 느닷없이 건네 오는 무책임한 말에 휘둘리기 싫을뿐더러, 무대미술이 무대를 위해서만 존재하듯 무대의상 또한 그 자체로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평소 신념을 좇겠다는 것이다.
전시회는 매일 오전 11시~오후 5시. (02)762-001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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