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북경한국국제학교’ 신축 교사(校舍) 준공식에서 우렁찬 만세 소리가 울렸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북경한국국제학교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선창 후 400여명의 교민과 학생들은 “만세, 만세, 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신축을 위해 발벗고 뛰었던 석동연 주중공사 등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고, 교민들은 감격에 잠시 말을 잊었다.
1998년 학교 설립 후 자체 교사가 없어 4차례나 베이징 시내를 전전한 북경한국국제학교의 신 교사는 교민들의 정성으로 지어졌다. 99년 주중대사관 부인회가 바자회로 모은 종자돈 9만달러가 350만달러로 불어났고, 여기에 500만달러의 한국정부 지원이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교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었고, 조선족 변호사 김연숙씨 등은 “한국인들과 거래해 번 돈을 한국을 위해 쓰겠다”고 적지않은 돈을 쾌척했다. 중국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주중 기업들도 10만~5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김태선 교장은 “적수공권으로 시작된 이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교민들의 인내와 노력 덕분”이라며 “학교를 한중관계에서 큰 일을 해낼 인재의 산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회 교육위원장은 “현지 교민들이 절반의 비용을 부담할 경우에만 정부가 나머지 비용을 대 국제학교를 짓도록 한 정책을 바꾸겠다”며 교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현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교민들에게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정부 방침에 일리는 있지만 국제학교들의 실상을 뜯어보면 전혀 현실적인 정책이 아니다.
베이징 등 한국국제학교 재학 학생의 상당수는 1년 안팎의 단기체류 후 귀국할 국민들의 자녀들이거나 영어국제학교로 자녀를 보낼 수 없는 형편의 교민들 자녀이기에 국제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지 3,636평, 수용규모 1,000명의 5층신축 교사는 유치원생부터 고교생
까지 함께 이용한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넉넉한 부지를 받지 못해 축구장
이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운동장이 작고, 탈북자의 학교 진입을 우려하는중국측의 요구로 학교 주위에 무려 6m 높이의 담이 둘러쳐져 있는 점은 무척 아쉽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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