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전성시대가 다시 열릴까. 김미화 이경실 박미선 조혜련 등 ‘우먼 파워’가 무대를 휘젓던 1990년대 이후 이렇다 할 스타 개그우먼이 나오지 않았던 코미디계에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개그우먼들이 등장,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문화살롱’(정경미 신고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퀸카 만들기 대작전’(정주리 김현정 이경분 백보람)은 여성들만의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 자리를 꿰찼다. 리얼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개콘’의 강유미는 동갑내기 개그우먼 안영미와 짝을 이룬 ‘GoGo 예술속으로’로 스타덤에 오른 후 ‘봉숭아 학당’의 강 기자, 새 코너 ‘사랑의 카운슬러’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봉숭아 학당’에서 제 이름을 딴 삼류 연예인 ‘봉선이’로 등장하는 신봉선도 “증말 짜증 지대로다” “살짝 기분 나쁠 뻔했어” 등 유행어를 낳으며 ‘개그우먼은 유행어에 약하다’는 편견을 깼다.
개그우먼들의 활약이 새삼 눈길을 끄는 것은 수적인 성장 외에도 단순한 말장난이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서 벗어나 재치 있는 입담의 풍자 코미디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문화살롱’은 TV 대담 형식을 빌려 다양한 직업군의 치부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최근에는 “뽑아만 주신다면 동네 약수터에 석유가 나오게 하겠습니다”라며 당선에 혈안이 돼 황당한 공약을 남발하는 지방선거 현장을 풍자했다. ‘퀸카…’는 못생긴 여자들이 예쁜 여자들에게 통념과는 반대인 퀸카 되기 비법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비튼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특정 캐릭터의 특징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것 역시 이들의 강점이다. ‘사랑의 카운슬러’의 강유미는 아이돌 스타 팬클럽의 열성회원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똑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봉숭아 학당’의 새내기 박나래는 영화 ‘링’에 나온 귀신 캐릭터와 불량 여고생의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해 웃음을 자아낸다.
‘개콘’의 김석현 PD는 “신체 노출도 불사하는 남성들과 달리 개그우먼은 너무 망가지면 흉하다고, 예쁘기만 하면 못 웃긴다고 욕을 먹는다. 제약이 많다 보니 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성들처럼 심하게 망가지기가 어려워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는 스탠드 업 코미디에 불리한 여성들이 그들만의 섬세한 재담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새로운 개그우먼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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