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했던 과학기술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저우 6호를 발사한 후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고 말했다. 2003년 세계 3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2005년 두번째 유인우주선 발사에 이어 2008년 우주 유영, 2012년 달 착륙 계획 등으로 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항해 중이다.
중국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국영기업 중국항공항천총공사의 2개 자회사 중 하나인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CASC)의 장 칭웨이 사장이 22일 처음으로 내한, 한국공학한림원에서 강연을 가졌다.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만난 45세의 젊은 CEO는 자신감과 겸손함을 갖춘 전형적인 기업인이었다.
장 사장이 소개한 중국 우주항공산업의 50년 역사는 1992년 이후 위성 몇 개를 쏘아올린 우리로서는 기가 죽을 만하다. 발사체의 경우 ‘장정’ 시리즈 등 12종을 개발, 89차례 발사(1번 실패)했다.
차세대 발사체로 25톤까지 탑재가 가능한 대형 발사체와 500㎏급 탑재체를 5~7일만에 쏘아올릴 수 있는 저가 발사체를 개발중이다. 위성은 통신, 기상, 지구관측, 과학실험위성 등 69개를 발사했고 2010년까지 100개 물량이 계약된 상태다. 우주탐사에선 2008년 선저우 7호를 발사해 우주 유영을 실험하고, 2010~12년 우주도킹과 장기우주체류 실험을 한다.
내년 4월 달 일주, 2012년 달 표면 착륙, 2020년 달 토양 채취 후 귀환하는 달 탐사계획은 정부 비준이 완료됐다. 장 사장은 “달 착륙 프로젝트가 완료된 2020년부터는 달 기지 건설과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자랑은 다분히 한국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장 사장은 “아내가 지난해 일본 차에서 현대 차로 바꿨고, 집에 LG 가전제품이 많으며, 부부가 모두 삼성 휴대폰을 쓴다. 청소년인 딸은 한국 가수의 CD와 김치를 사오라고 메모를 남겼다”며 한국 상품을 추켜올린 뒤 발사체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아리랑 2호가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키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지만 다음에는 중국과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리랑2호는 중국과 발사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미국의 국제무기수출조약(ITAR)에 위배돼 실행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중국 우주사업의 눈부신 성과를 사회주의 체제 덕분으로 보지만 장 사장은 “그건 25년 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내 연봉도 스스로 벌어서 충당한다”며 “위성 판매와 발사서비스 수출로 이윤을 내야 하며 통신설비회사인 JET 등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다.
또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부터 1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예산은 5% 이내라는 것. 그는 “달 탐사 외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없으며 생존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12개국이 함께 발사체 아리안을 개발하고 위성도 공동개발하는 유럽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며 “아시아도 중국, 일본, 한국, 인도가 함께 공동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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