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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포 한방에 三代가 몰살… 가자지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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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포 한방에 三代가 몰살… 가자지구의 비극

입력
2006.05.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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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행복함을 느끼지도 못한 채 생떼 같은 아이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쉬파 병원 중환자실에 앉아 있던 함디 아민은 23일 절규했다. 말라버린 그의 눈가에 눈물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곁에는 세살배기 딸 마리야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 있었다. 마리야는 척수가 마비돼 손 발을 움직일 수 없다.

사흘 전인 20일 마리야는 할머니(하난) 아빠 엄마(나이메) 그리고 두 오빠와 함께 외삼촌이 새로 산 외제차를 타고 나들이에 나섰다. 그러나 새 차에 기뻐하며 시내 중심가를 달리던 마리야 가족에게 느닷없이 로켓 파편이 날아 들었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오빠 모하나드(5)는 현장에서 급사했다. 피투성이가 된 마리야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아빠의 손에 이끌려 차 밖으로 나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불구의 몸이 돼버렸다.

창졸간에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함디는 “우리 가족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마리야가 하루 빨리 이스라엘의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리야 가족 3대를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 낸 것은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의 로켓 제조 기술자 모함마드 다흐두를 노리고 쏜 포탄이었다. 다흐두가 탄 차량을 향해 발사한 포탄의 파편이 마침 바로 뒤에 있던 마리야 외삼촌 차에 튄 것이다.

이스라엘 군은 “다흐두가 만든 로켓에 이스라엘 주민들이 공격 당하고 있다”며 “위험 인물인 그를 잡기 위한 정당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다흐두가 쏜 로켓이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정착촌 스데로트의 한 학교를 폭격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이 날 공격은 시내 중심가에서, 그것도 가장 붐비는 저녁 시간에 이뤄져 “지나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함디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양심이 있는 사람이냐”며 “정작 그의 가족이 이렇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며 글썽였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뒤늦게 함디 가족에 조의를 표한다며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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