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빠지는 건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확실히 기(氣)가 죽은 것 같네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의 버블 붕괴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온 이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그러나 “전과 같이 들떴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분히 가라 앉았으나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강남권 집값 거품이 빠질지는 아직은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잇단 경고성 버블 붕괴 발언으로 부동산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논란의 핵심지역인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버블 세븐’에는 대기 수요가 넘쳐 나고 있어 정작 이들 지역의 거품은 곧 걷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블 세븐’ 지역에서는 부동산 거품 논란이 극심한 매수ㆍ매도 호가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매도ㆍ매수 호가차가 최고 3억원까지 벌어졌다. Y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 하이페리온1차 68평형의 경우 25억원의 호가에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 희망가는 22억원에 그치고 있다”며 “하이페리온2차 56평형 분양권도 20억원에 나오지만 매수자쪽은 17억원 이하를 희망하고 있어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품붕괴 경고는 버블 논란과 무관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 비인기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투자가이드를 통해 “버블 경고는 불안한 주택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제기하는 버블 붕괴론은 특정지역 가격거품 제거보다는 ‘버블 세븐’ 이외 지역의 주택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서울 강북이나 지방의 1주택 소유자, 단독ㆍ연립ㆍ다세대 등 서민 주택 보유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 거품이 걷혀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거품 붕괴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값 대세 상승기에는 ‘버블 세븐’에 비해 ‘쥐꼬리’만큼 오르면서 하락기에는 인기지역보다 충격을 더 크게 받았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2~3배 뛰는 동안 이곳 주택들은 온갖 대책의 여파로 오히려 10~15%나 떨어졌다”며 “최근 버블 논란이 일자 더 큰 손해가 나기 전에 집을 팔아 치우겠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G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바닥이고 시장도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는데 버블 붕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C공인 관계자는 “강남 집값의 거품은 빠져야 하지만 혹시나 버블 논란 여파로 강북쪽이 ‘새우등’ 터지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방은 버블론 논쟁 훨씬 이전인 8ㆍ31대책 이후부터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입주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분양률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부산과 대구 등은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갈수록 미분양 적체도 심화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충북 제천시 H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지방 부동산 시장은 1년 가까이 침체돼 있는 상태”라며 “정부 고위 관료는 지방부터 버블이 꺼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더 꺼지면 지역경제 자체가 흔들릴 판”이라고 말했다.
주요 지방도시의 분양시장은 더욱 썰렁하다. 신규 분양아파트는 계약률이 20~30%를 넘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부산 해운대구 B아파트는 입주 시작 1개월이 넘었지만 입주율은 불과 10%선. 30평대는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은 가격에도 선뜻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분양 시장이 침체를 겪다 보니 완공 후 3달 가량 진행되는 입주기간 안에 입주를 하는 사람들도 전체 가구의 20%를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부산에서 입주한 아파트 중 가장 인기가 좋다는 금정구 구서동 롯데캐슬(2월 입주)도 입주기간 내 입주율이 50%를 밑돌았다.
기존 매매시장도 침체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강원 춘천시 우두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전ㆍ월세 계약 몇 건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매매 계약서 한 장을 못 썼다”고 토로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정부의 공세적 발언이 거품과는 무관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침체를 부추기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등 거품을 서서히 제거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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