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가 올림픽처럼 순위를 정할 수 있는 것입니까.”
과학기술부가 유명 저널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과학자에게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선수처럼 정부 포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23일 한 이공계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도“포상이야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냐”는 첫 반응에도 불구하고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과기부가 검토 중인 이 방안은 ‘네이처’ ‘사이언스’ ‘셀’이라는 소위 3대 과학저널에 제1저자나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자와, 세계적인 신기술 및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 직원에 대해 소정의 상금과 상패를 주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부총리가 격려편지를 띄우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공식 포상을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나친 성과주의가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낳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교수는 “일련의 성과주의적 정책으로 연구자가 스스로의 연구결과를 과장해 알리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 제도는 이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교수는 “기초연구는 느긋하게 연구하도록 놔둬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NSC라는 약어까지 생길 정도로 온 사회가 3대 과학저널에 집착하는 가운데 정부까지 이를 따르는 모습도 그다지 상식적이진 않다. 분명 영향력지수가 높고 논문의 질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저널들인 것은 사실이나 연구의 성격에 따라 잘 실리고 잘 안 실리는 논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수년간 연구개발 지원에 심혈을 기울임에 따라 곳곳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과학발전방향을 숙고해야 할 때다.
김희원 사회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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