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연일 급락하면서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증시는 이 달 10일 전후로 고점을 찍은 뒤 22일까지 2주일째 추락해 8년 만의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 기간 러시아 증시는 36%, 브라질 증시는 16%, 인도 증시는 17% 가량 빠졌다. 미 뉴욕의 다우존스 지수는 5% 떨어졌다. 22일에도 장중 10.2%가 폭락하는 홍역을 치른 끝에 4.2% 하락으로 마감한 인도를 비롯, 프랑스(2.65%), 멕시코 (4%), 인도네시아(6%), 오스트리아(7.5%) 등 동반 추락세가 계속됐다.
1987년 블랙 먼데이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예견한 투자의 귀재 마크 파버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증시는 인플레를 감안할 때 전고점에 도달해 있다”면서 “시장(주식)이 싸다고 말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4주 전 자산(주식+부동산)을 처분해 2년짜리 재무부 채권을 사도록 주문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휘청거리는 글로벌 증시는 미국발 인플레 우려와 동시 다발적인 금리인상 가능성, 상품가격 거품 등 악재가 3각 파도처럼 몰려오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금리인상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금리가 현재 5%에서 당초 예상(5.0~5.25%)보다 더 높은 6%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2000년 이후 처음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 등 빅3가 동시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 우려와 금리인상론이 실체 없는 유령놀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혼란은 FRB가 금리를 정하는 내달 29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금리인상 악재가 유동성 축소를 몰고 와 이머징 마켓이 이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이머징 마켓을 사들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처분하고 보다 안정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포럼에서 조르지 알로고스쿠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위험을 말하기는 이르나 현재 글로벌 증시와 환율시장의 추락은 향후 금리향방의 불확실성에 따른 ‘조정’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경제정책 협력을 통해 큰 나라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이웃에 구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미국을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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