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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종욱 WHO사무총장의 아쉬운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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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종욱 WHO사무총장의 아쉬운 타계

입력
2006.05.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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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돌연한 부음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렵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지구촌 모든 이들의 슬픔이다. WHO는 성명을 내고 “지도자를 갑작스럽게 잃어 우리들은 넋을 잃고 있다”고 애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WHO 총회를 준비하다 쓰러진 그는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의 선출직 수장으로 일해온 사람이다. 올해 초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타계에 이어 한국은 또 한 명의 세계인을 잃었다.

지구촌 가족들은 그를 ‘21세기의 슈바이처’라 했다. 이미 의대 재학시절 경기 안양시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환자들을 돌봤고 졸업 후에는 지구촌 벽지로 달려가 한센병 퇴치에 몸을 던졌다.

WHO에 재직하면서 한센병과 결핵, 소아마비 등을 예방하고 퇴치하는 데 매진해 ‘백신의 황제’로 불리웠다. WHO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제3세계의 질병 문제에 관심을 쏟았으며,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을 막기 위해 힘썼다.

그는 가난한 지구촌 가족을 위해 한국인이 나아갈 세계인의 모습을 우리에게 남겼다. 총회에 참석한 미국 보건장관은 “그는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수십㎞를 헤맸던 경험을 얘기했다”고 회고했다.

한국과 한국인의 아픔을 세계에 대한 봉사로 승화시켰음을 그들은 기억했다. 한국전쟁의 직접 피해자이면서 북한의 질병 예방과 보건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2000년 WHO 결핵관리국장 시절 북한에 6만명 분의 치료약을 보냈으며, 지난 3월엔 북한의 영ㆍ유아 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200억원의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향년 61세로 영면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정 아쉬운 것은 그의 국제적 지위가 상실된 것이 아니라 한창 샘솟고 있던 인류에 대한 그의 사랑이 멈춘 점이다. 고난의 역사를 딛고 세계 속에 우뚝 섰던 한국인이기에 더 큰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음을 그는 잘 알려 주었다. 제2, 제3의 이종욱이 세계의 가난하고 힘든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 그의 유지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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