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에서 여주인공을 사이에 둔 킹콩과 공룡의 혈투는 이 영화를 아카데미 특수효과상까지 받게 한 명장면이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 기술감독(Technical Director)으로 이 혈투 장면을 직접 만든 이는 바로 한국인 박재욱(32) 감독이다.
그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2002년)에서 주인공 리롄제가 수백대의 화살 공격을 받는 마지막 장면을 제작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이후 ‘미녀삼총사2’(2003년), ‘투머로우’(2004년), ‘신시티’(2005년) 제작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곧 개봉할 ‘슈퍼맨 리턴즈’와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의 기술감독을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굳건하게 다지고 있는 그는 어릴 적 ‘건담’과 같은 로봇 만화를 보고 따라 그리기를 좋아했다. 3차원(3D)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에 몰두한 그는 95년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컴퓨터그래픽 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마리 이야기’를 만든 이성강 감독은 당시 은상을 수상자다. 이를 계기로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프 아트 유니버시티(AAU)에 진학해 오늘에 이르렀다.
국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달 귀국한 박 감독은 한국 미디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MF 이후 잇따라 생긴 도서대여점으로 만화가들이 고사한 것은 국내 콘텐츠 업계의 큰 손실”이라며 “한국 콘텐츠를 부활시켜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체를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 상상력과 기술력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르면 내년 한국에서 미디어 사업의 첫발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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