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증시가 연일 폭락을 거듭하면서 올 들어 큰 인기를 끌었던 해외펀드 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신흥시장 26개국의 증시 동향을 나타내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22일(현지시간) 750.01을 기록해 10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신흥시장 증시 급락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 하지만 22일 인도 증시의 센섹스지수가 장중 10% 급락하자 거래가 1시간 동안 중단됐으며, 러시아 증시도 9% 넘게 폭락하자 거래가 15분 일찍 마감됐다. 남미지역 MSCI지수도 6% 급락, 9ㆍ11테러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신흥시장 증시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락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 국가들에 집중됐던 외국인 투자자금, 즉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변동 등으로 미국 국채 등 선진국의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달 국내 증시가 연초 조정을 거쳐 다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물렸던’ 국내 펀드를 해지하고 해외펀드로 갈아탔던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올 들어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해외 주식형 펀드들은 대부분 이번에 큰 폭으로 떨어진 브릭스나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여서 투자자들의 ‘체감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올해 설정액 증가 순위 2, 3위를 기록한 슈로더자산운용의 브릭스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9~10%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무려 8%나 빠졌다.
그렇다면 해외 펀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장기, 분산투자’ 원칙을 강조한다. 미래에셋투신운용 권순학 이사는 “아시아 신흥시장이 최근 단기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지만,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이 지역 증시의 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단기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3년 이상 꾸준하게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적립식 투자를 통해 시간 분산 투자를 하는 것도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외 펀드에 있어서는 ‘지역별’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많다. 삼성투신운용의 이찬석 해외투자팀장은 “같은 해외주식형 펀드라도 지역별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변동성이 적은 펀드 위주로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투운용 이춘수 주식운용본부장도 “차이나 펀드, 인도 펀드 등 1개 국가 투자펀드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가 가능한 펀드오브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가 지난주 해외투자펀드 수익률을 분석 결과,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2~8% 하락했지만, 다양한 해외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의 수익률은 1~4% 하락으로 선방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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