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음식으로 만든 비빔밥, 바퀴벌레와 곰팡이 배설물이 널린 슬레이트 가건물, 반항하면 1.5평 독방 감금, 다량의 정신병 치료약을 강제로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함, 여성장애인 성폭행….”
영화 속 장애인 학대 장면이 아니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미인가 장애인 보호시설 S기도원의 실제 상황이다. 기도원을 생지옥으로 만든 건 운영자인 목사 정모(67)씨였다.
정씨는 2002년 4월 ‘장애우 노인, 오갈 데 없는 자, 각양각색 병든 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장애인 시설을 설립했다. 그 해 11월엔 모 인터넷 방송에 ‘심장병을 치유한 뒤론 장애인을 돌보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간증동영상이 방영되면서 거액의 후원금도 모았다.
신실한 목사가 돌본다는 말에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이 모여 들였다. 국가와 가족으로부터 받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생활비(1인 당 매달 60만원), 후원금(2억6,000여만원) 등 정씨가 챙긴 돈만 4억8,200만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야누스의 얼굴이었다. 입소자는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 당했다. 장애인들은 부근 중학교나 푸드뱅크에서 얻어온, 그것도 만든 지 며칠이 지난 음식을 몽땅 비벼 먹어야 했다.
일부 여성 장애인은 정씨의 성 노리개로 전락했다. 정씨는 A(42ㆍ지체장애)씨 등 3명을 모텔과 기도원내 자신의 방 안 등에서 71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피해자 중엔 자신의 며느리(33ㆍ지체장애)도 포함돼 있었다. 정씨는 “(시설을) 나가지 못하게 설득하는 차원에서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반항하면 죽음이 기다렸다. 정씨는 말을 듣지 않는 수용자를 1.5평짜리 독방에 가두고 쇠사슬로 만든 ‘개줄’을 손과 발에 채웠다. 심지어 다량 복용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정신병 치료약을 강제로 장기간 먹여 임모(24ㆍ여)씨 등 6명이 약물 중독이나 심장마비 등 약물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정씨의 악행이 알려지지 않은 건 S기도원이 미인가 시설인데다 종교 시설이란 허울을 썼기 때문이다. S기도원도 원래 수용 시설이었지만 지난해 5월 기도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김포시는 종교시설이란 부담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전국 185개의 미인가 장애인 시설 중 80%이상이 종교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정씨는 수용자가 자꾸 바뀌는 걸 이상히 여긴 한 봉사단체의 제보 때문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23일 상해치사 등 혐의로 정씨를 구속하고 그를 도운 수용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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