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사는 팔레스타인을 내팽개쳤다가는 이스라엘에도 큰 재앙이 몰아 닥칠 것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2일 승승장구하는 이스라엘 경제와 갈수록 궁핍해지는 팔레스타인 경제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2000년 팔레스타인 봉기(인티파다)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하면서 양국의 경제는 동반 추락했다. 1967년 중동전 이후 수 십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국가에서 값싼 노동력을 받아들이는 대신 생산품을 팔레스타인에 팔고 관세동맹을 맺는 등 공생 관계를 유지해 온 까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다. 이스라엘 경제는 호황이다. 올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6.6%로 미국과 유럽을 앞질렀다. 소비지출도 전년 대비 10.3% 올랐고, 주식시장은 3년 연속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불안한 정세 때문에 발길을 끊었던 해외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있고 해외투자도 늘고 있다. 이달초에는‘투자 귀재’ 워렌 버핏이 이스라엘 공작기계 제작회사 ‘이스카 메탈 워킹’ 지분 80%를 40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은 풍비박산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경제 규모는 지난 2년 동안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평균임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구 절반이 극빈층 신세다.
특히 이스라엘이 자국에 의존해야 하는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무장단체 하마스가 1월 총선을 통해 다수당으로 떠오르자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팔레스타인 정부를 대신해 걷어주던 세금 5,400만달러에 대한 지급을 중단했다.
하마스는 결국 두달 넘게 공무원 16만 5,000명에게 월급도 주지 못했고 주민 상당수가 공산품과 식품, 의료 기구 등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하마스가 아랍권으로부터 어렵사리 재정 지원을 약속 받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내 은행에게 압력을 행사해 하마스 정부의 모든 계좌를 동결시키도록 해 돈줄이 막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17배나 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경제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 이는 지역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연구정보 센터의 게르손 바스킨 공동 대표는 “대부분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록 뒤틀어진 방향으로 나아갈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측은 22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측과 만나 향후 평화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2001년 이후 끊겼던 양측 평화 협상의 재개라는 의미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이 압바스와 하마스를 갈라 놓기 위한 제스처일 뿐 ”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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