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8,000억원의 사재를 사회에 헌납키로 했던 약속의 이행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지난해 사망)의 계열사 지분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으로 넘어가는 등 지분 정리 작업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22일 삼성에버랜드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최대주주 주식보유변동 내역에 따르면 생전 윤형씨 지분이던 에버랜드 주식 20만9,129주(8.37%)가 대주주 지분에서 빠진 대신, 이전에는 지분이 없던 장학재단이 이중 절반에 가까운 10만2,980주(4.12%)를 새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형씨 지분의 변동으로 이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90.23%로 낮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장학재단은 삼성 계열사로 분류돼 그룹 특정 계열사의 지분을 5%이상 보유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잠정적으로 윤형씨 지분의 절반만 옮겨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지분은 교육부에 헌납했으며, 교육부는 당초 계획대로 장학재단 관리권을 넘겨 받은 뒤 해당 지분을 재단에 추가 편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 역시 각각 257만260주(4.57%), 292만1,905주(2.81%)였던 윤형씨 지분이 대주주 지분에서 빠졌다. 장학재단은 윤형씨 몫만큼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공시됐다. 삼성 관계자는 “윤형씨 지분이 일단 이 회장에 상속되는 형식을 거쳐 장학재단에 기부됐으며, 공익 목적의 기부이므로 상속에 따른 세금은 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도 최근 삼성전자 주식 중 각각 7만9,720주와 12만1,170주를 장학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 대주주 지분은 변동이 없으나 이 회장의 지분은 종전 281만9,659주에서 273만9,939주로, 이 상무의 지분은 96만1,573주에서 84만403주로 감소했다. 대신 장학재단 지분은 17만주에서 37만890주로 증가했다.
삼성이 헌납키로 한 8,000억원은 ▦장학재단의 기존 자산 4,500억원 ▦이 회장 및 이 상무의 삼성전자 주식 1,300억원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부당이득’ 헌납분) ▦윤형씨의 유산인 계열사 주식 2,200억원(자체평가액)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 기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이 회장의 자녀들이 취득했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1,300억원을 전액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상무 이외의 딸은 개인재산이 부족해 이 회장이 주식을 대신 내주었으며 이에 따라 8,000억원 사회헌납을 위한 실무적 절차는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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