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재일동포 작가들의 작품을 집대성한 ‘재일문학전집’(전 18권)이 이 달 말 일본 벤세이(勉誠) 출판사에서 발간된다.
남북 분단과 함께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반목해 온 재일동포 사회에서 양측을 아우르는 문학전집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어서 ‘문화적 사건’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집에는 대표적인 재일동포 작가 54명의 작품 600여 점이 수록돼 있다. 조국과 동포 사회, 가족과 개인에 얽힌 절절한 이야기를 통해 동포 사회의 치열한 반세기를 돌아 볼 수 있다.
재일동포 문학은 일반적으로 일본 패전 이후 재일동포 작가가 일본에서 발행된 문학지에 일본어로 쓴 작품을 말한다. 종전 직후 간행된 문예지 ‘민주조선’과 ‘조선문예’ 등을 통해 활동한 김달수(金達壽ㆍ1997년 작고)는 1세대 동포 작가다. 김달수는 일본의 비인간적인 식민지 통치를 비판한 ‘현해탄’과 민족 분단의 책임을 추궁한 ‘태백산맥’ 등의 역작을 남겼다.
‘화산도’(火山島)의 작가 김석범(金石範)은 2세대 동포 작가다. 그는 “재일 조선인 작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스스로에게 각인된 식민지성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지향해 왔다”고 말한다.
1960~70년대는 ‘다듬이질 하는 여인’으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이회성(李恢成)을 비롯해 양석일(梁石日) 김학영(金鶴泳)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회성은 재일동포 2세의 민족적 주체성 확립과 조국통일운동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88년 ‘유희’(由熙)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양지(李良枝)와 이기승(李起昇) 등 4세대 작가들은 태어난 고향 일본과 조국 한국으로부터 이중의 소외감을 느끼는 동포들의 고뇌를 그리는데 열중했다. 이밖에 97년 ‘가족시네마’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유미리(柳美里)와 99년 같은 상을 받은 현월(玄月) 등이 동포 작가의 계보를 잇고 있다.
동포 문학은 일본 문학계로부터 “조선 민족의 문학이지만 동시에 일본 문학의 한 지류”라는 평가를 받는 등 일본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한 몫을 해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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