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포털만화 '명문 정글고' 인기몰이/ 촌지…비리… "내가 다닌 학교 판박이잖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포털만화 '명문 정글고' 인기몰이/ 촌지…비리… "내가 다닌 학교 판박이잖아"

입력
2006.05.23 00:07
0 0

교훈은 ‘약육강식’, 급훈은 ‘적자생존’.

매주 월요일엔 “주말에 쉬느라 해이해졌다”며 ‘사랑의 매’를 맞아야 하고, 학생 상담이 낡고 구석진 상담실이 아니라 고급 칵테일 바에서 비싼 상담료를 받으며 이뤄지는 학교가 있다.

대한민국 어느 시ㆍ도 교육청에도 정식 등록돼 있진 않지만 입시 지옥을 겪은 사람 누구의 마음 속에도 있을 법한 고교가 있으니 이름하여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다.

모 포털 사이트의 만화 코너에 게재된 가상의 고교 얘기가 요즘 네티즌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재된 횟수는 불과 20회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500여개의 블로그와 700여개의 카페가 ‘펌 질’을 해갔고, 회당 300~500개의 덧글이 기본적으로 붙어 다닌다.

넘쳐 나는 포털 만화 속에 별다른 홍보 없이 이 만화가 회자되는 이유를 무엇일까. 사람들은 “딱 우리 학교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교 교육이 경쟁 논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사립학교 경영진의 독선도 가상의 얘기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서울 모 사립고를 졸업한 회사원 황선민(28)씨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입시 교육, 거기에 사립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추억이 만화 특유의 익살과 과장으로 잘 표현돼 있다”며 인기 이유를 들었다.

지금까지 다뤄진 소재 자체는 그다지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다. 학부모에게 책을 빌려주며 은근히 그 사이에 촌지를 끼워 반납해 주길 바라는 교사, 약육강식의 세상에 기가 질려 스스로 목을 매는 전교 1등 학생 등 대부분이 심각한 주제였다.

거기에 폭력 교사나 두발 제한까지로 소재 범위가 넓어지면서 읽는 이의 마음도 무거워질 법 하지만 항상 반전은 남아있다.

때가 되면 자살하는 전교 1등이 알고 보니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조였다거나, 여고생은 책 속의 돈이 촌지인지도 모르고 MP3를 사버리고, 훈화보다 주먹이 앞선 교사는 재벌집 아들을 건드렸다가 혼쭐이 나는 식이다.

만화를 그린 김규삼(31)씨는 그 자신도 “모 종교 재단의 서울 사립 K고를 나왔다”며 밝히고 술자리서 만난 수십 명의 선ㆍ후배가 늘어 놓은 ‘사립고 추억담’이 만화를 그리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화제가 된 건 ‘점심 시간에 남학생들이 학교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벽돌을 날랐다’ ‘이사장 친척이 운영하는 학교 매점엔 출처가 불분명한 핫도그가 팔렸다’ 등이었다.

여전히 존경하는 선생님이 그렇지 않은 선생님보다 수천 배는 많다고 강조하는 김씨는 “7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내용이 90년대 학교를 다닌 우리 세대가 봐도 별 차이점을 못 느꼈듯 갓 고교를 졸업한 후배들을 만나도 여전히 그 ‘사립학교의 추억’을 얘기하더라”며 씁쓸해 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