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리오'를 통해 미국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SK텔레콤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업체들에게도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힐리오에서 제공하는 각종 무선 콘텐츠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모두 국내 중소업체들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벌써부터 미국 이통사들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전략도 글로벌 시대를 맞게 된 셈이다.
● 슬로 & 스테디 전략
SK텔레콤이 '힐리오'라는 이동통신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소기업들과 준비한 상생 전략은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뜻의 '슬로 & 스테디'(Slow & Steady)였다.
현재 미국에서 힐리오용 전용 휴대폰은 팬택의 '히어로', VK의 '퀵플립' 등 2가지다.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휴대폰 업체들은 SK텔레콤과 1년 4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2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이철상 VK 사장은 "힐리오에 특화한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1년 4개월간 개발에 전력투구했다"며 "현재도 파사데나에 위치한 힐리오 연구센터에 50~60명의 개발인력이 파견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리오 연구센터에는 현재 팬택 인력을 포함해 110명의 한국 개발자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VK 뿐만이 아니다. 현지 언론들이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보도하고 톱스타 톰 크루즈가 반했다고 알려진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필링크, 엔텔스, 미디어코러스, 이노에이스, 컴투스, 엑스씨이 등 23개 중소 협력업체 작품이다. 힐리오 이동영 부장은 "협력업체들이 없었다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들 협력업체들은 힐리오의 보물"이라고 칭찬했다.
SK텔레콤과 힐리오는 중소 협력업체들을 위해 LA 윌셔가에 있는 힐리오 본사 2개층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실제로 이곳에는 개발이 완료됐지만 서비스 안정화와 개선을 위해 23개사에서 파견 나온 100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협력사들의 파견 직원 체제비까지 계약금에 포함시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협력업체들은 힐리오를 통해 올해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 해외 시장 확대 기회
그 동안 미국에서 인정을 못받던 국내 무선 인터넷 플랫폼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된 점도 돋보인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은 컴퓨터(PC)의 운영체제인 '윈도XP'처럼 휴대폰에서 게임,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다.
지금까지 한국이 독자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는 해외업체들이 만든 '자바' '브루'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힐리오 서비스가 위피를 탑재하면서 위피에서 작동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중소업체들까지 덩달아 미국 진출의 길이 열린 것.
힐리오의 과금 시스템을 개발한 엔텔스 심재희 사장은 "힐리오 서비스 이후 스프린트, 버라이존 등 미국 이통사들의 공동 사업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보다 4~5년 앞선 한국의 무선인터넷 콘텐츠나 솔루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전송받을 수 있는 서버 시스템을 개발한 필링크 최선홍 사장은 "힐리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수록 중소업체들이 선진국의 무선통신환경을 벤치마킹하는 동남아, 중국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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