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볼륨을 최대로 높여놓고 CD를 듣는데, 한 노래가 내 마음을 쓰다듬었다. 미레유 마티외의 ‘마지막 왈츠’. 한나절 내내 듣고 또 들었다.
내가 내고 싶은, 그런 목소리로 그녀는 노래한다. ‘그건 마지막 왈츠였지/ 내 심장은 사랑 없이 외로웠지/ 이 왈츠가 영원히 계속 될 수도 있었건만/ 그렇게 삶은 흘러가는 거지, 모든 게 끝나버렸네/ 내겐 한 곡의 왈츠와 눈물만 남았네….’
사랑을 잃고 우는 그 노래의 가사를 알아듣진 못해도, 아니 어쩌면 알아듣지 못하기에, 그 절절함이 폭우처럼 내 마음을 적셨다. 그녀의 목소리와 창법은 가슴을 아리게 하면서 속을 뻥 뚫어준다. 실컷 울고 난 후 바라보는 햇살 가득한 하늘같다.
그런가 하면 설핏 든 잠에서 깨어보니 눈물에 푹 젖은 얼굴이더라는, 그런 기분이 들게도 한다. 울고 싶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때론 가만있는 마음을 울고 싶게 만드는 ‘마지막 왈츠’의 미레유 마티외. 얼마 전만 같아도 문 앞에 고양이들이 다가와 눈이 휘둥그레져 귀 기울였을 텐데.
요즘 내 심정은 나치 치하에 유대인 이웃을 둔 독일인 같다. 수난당하는 고양이들을 도울 힘도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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