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단체들은 방과 후 학교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다. 이들은 “방과 후 학교가 입시위주 교육으로 흐르고 있다. 정규 수업 이후 학생들의 방과 후 생활에 대해 학교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말처럼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할 교육 공간임이 틀림없다.
● 가난한 아이들 학습욕구 충족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자. 초등학교가 끝날 시간이면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영어학원 등 학원 봉고차가 줄지어 아이들을 기다린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특기 개발이나 학교 성적 관리 차원에서, 혹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아 두세 군데 학원에 보내기 때문이다. 학원에 보낼 수 있는 부모는 그나마 다행이다. 돈이 없어 학원조차 못 보내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교육의 보편화 속에서 계층 간 교육 격차가 커지고, 아동 보육이 턱없이 부족한 이 상황에서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교는 정규교육만 잘하면 그것으로 족한가? 가난한 아이들의 사교육 욕구는 누가 채워줄 것인가? 방과 후 아이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 교육에서 경쟁은 피할 길 없고, 가난은 상존하며, 지역 공동체 역시 미완성인 상황에서, 결국 국가가 나서서 가난한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고 돌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방과 후 학교의 취지는 정규교육을 대신하거나 방해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방과 후에 저소득층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고 따뜻하게 돌봄으로써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학원도 덜 다니고 사교육비도 줄 것이다. 그 효과는 이미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었다.
물론 방과 후 비어있는 학교 공간을 활용해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하기엔 아직 여건이 부족하다. 방과 후 학교에 남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느라 교장 선생님과 일반 교사들의 업무 역시 늘 수밖에 없다. 정규 교육마저 부실해진다는 교원단체의 걱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걱정만으로는 방치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난 5월 4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전국 교육감, 교육장 초청 방과 후 학교 확산을 위한 열린 대화’에서 교육장들은 대통령에게 방과 후 학교 관리 전담인력 배치, 안전사고에 대비한 법률 개정, 초ㆍ중ㆍ고등학교 학년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지방자치단체 내 방과 후 활동 지원 센터 설치를 통해 지역사회의 인력과 시설의 충분한 활용, 방과후 학교를 포함해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공부방, 방과후 보육, 청소년 아카데미 등의 연계를 건의하였다.
● 선생님들 생각을 바꾸면 가능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한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은 이미 방과 후 학교를 위해 수억 원씩을 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 의사, 군인, 경찰관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저소득층 자녀의 사교육 및 보육 문제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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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아이들의 삶의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우리의 학교가 변하고 지역사회가 변하고 있다. 학교는 오로지 정규 교육과정만 가르치는 선생님들만의 공간이라는 사고방식을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김민호 제주교대 교수ㆍ교육혁신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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