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당한 테러는 갑자기 또는 우연히 발생한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다. 지난 수 년 간 우리 정치 사회가 저지르고 키워 온 언어폭력의 병리적 산물이다. 편을 갈라 대립하고 싸우면서 치고 받은 온갖 인신공격과 험한 말은 우리도 모르게 일상화 습관화돼 온 것이 사실이다.
정상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테러 수준의 말들이 아무런 제어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넘쳐났고, 그런 결과가 야당 대표가 칼의 공격을 받는 참극을 낳은 것이다.
나와 견해가 다르거나 우리 편이 아닌 상대에게는 어떤 공격이나 피해를 가해도 괜찮다는 극단적 적대감, 광기 같은 것이 이번 사건에서 진하게 뿜어져 나온다. 정치권이 인신공격과 폭언을 일상화하는 동안 다른 일각에서는 반대자에 대해서는 칼로 얼굴을 그을 수도 있다는 병적인 의식이 발전하고 있었음을 본다.
이런 와중에 ‘노사모’ 대표라는 노혜경씨가 박 대표를 향해 내놓은 냉소적 표현들은 이번 사건의 뿌리가 어떤 종류인 것인지를 잘 알게 한다.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입은 박 대표에게 그는 “박정희의 악몽과 겹쳐 있는 구 시대의 살아 있는 유령”이라고 여전히 악담을 주저하지 않았고, “60 바늘을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국정을 다루었다는 사람이다. 같은 여성이면서도 폭력과 테러의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헤아리는 구석을 찾기 어려운 냉혹한 말들에서 일반 정서나 상식과는 다른, 증오와 선동 광기의 문법이 엿보인다.
박 대표 테러 사건의 전말과 진상은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 테러나 지방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의 대선까지 더 가파르게 이어질 분열과 대립상도 이제는 예사롭게 볼 수가 없다. 대립도 할 수 있고, 갈등도 없을 수 없다. 문제는 이를 포용하는 정치문화와 의식이 이미 위험수위에 와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 큰 일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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