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기어코 미국에 가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를 벌일 모양이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예정대로 FTA 본 협상이 진행되는 6월 4~10일 워싱턴에서 원정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우리는 이런 식의 행동이 협상의 유리한 전개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미 정부가 지난 주 재경부 등 5개 부처 장관 명의로 원정 시위 자제를 당부하면서 지적한 것처럼 자칫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국민의 우려를 살”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운동본부는“결코 불법 시위를 준비한 바 없으며, 시종일관 평화적인 합법시위를 진행하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다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한국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르는 등의 불법ㆍ폭력 시위로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한 전례를 생각할 때 유사한 사태가 재발될 개연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가 상당 부분 중첩되며 성격 상 반미를 추구한다는 점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70여 개 현지 반전ㆍ반세계화 단체 및 교포 단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는 4일의 첫 날 시위는 염려되는 바 크다. FTA 반대를 반세계화, 나아가 반전 차원으로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미국 경찰은 원래가 불법 시위에 대해 전혀 관용적이지 않거니와“예외 없는 단호한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고 한다.
관계자들이 끝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고집한다면 외국에 가서라도 평화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겠다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FTA 반대라는 소기의 목적조차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인 만큼 일말의 불법 행위에도 연루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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