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켈홈코리아 장호현(40) 연구개발(R&D) 부장은 ‘모기박사’다.
장 부장은 6년 동안 모기와 개미, 바퀴벌레 등을 제거하는 가정용 살충제 개발에 몰두해 왔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최근에는 라벤더, 로즈마리 등 허브향이 첨가된 모기약 ‘홈키파ㆍ홈매트 내츄럴 허브’ 를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신제품 1개를 개발하는데 보통 1년 정도 걸리지만 ‘내츄럴 허브’ 개발에는 1년 반 이상을 투자했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업무는 살충제 원액을 적정하게 배합하고 살충력을 테스트하는 일이다. 제품 출시 6개월 전부터 연구실에 웅덩이에 고인 물을 떠와 습지 환경을 조성한 뒤 모기알을 배양하고, 이를 포집해 일반주택과 같은 환경에서 살충실험을 한다. 보통 1개 시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기는 200~300마리다. ‘내츄럴 허브’를 개발할 때는 3개의 시제품을 만들어 600마리 이상의 모기가 ‘희생’ 됐다.
배양한 모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모기에 물리는 일은 다반사고 심할 경우 입 안으로 들어가 목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모기약은 모기를 잘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는 “모기를 잘 죽여야 하지만 살충제 성분이 너무 강해 안전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너무 잘 죽어도 , 잘 죽지 않아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제품은 3평짜리 방안에 100마리의 모기를 풀어놓고 뿌렸을 때 50% 이상이 죽는 시간인 ‘녹아웃 타임’(KnockOut time)’ 이 5~6분대, 90% 이상이 죽는 시간이 12분대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요즘에는 모기약에 천연향인 오렌지, 허브 등을 가미하는 추세지만, ??향(芳香) 기능을 강화할지는 고민거리다. “살충제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좋은 향기를 쓰면 코에 대고 뿌리는 등 오남용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용 플라스틱을 연구하던 그는 1994년 생활용품 개발에 투신했다. 자동차 연료 첨가제인 ‘불스원샷’ 등이 그가 개발한 대표적 히트상품이다. 2000년부터 손댄 모기약 분야에서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용 홈매트, 6~8평 거실용 리퀴드 제품 등을 개발했다.
현재 연간 1,600억원 대인 국내 모기약 시장은 헨켈홈코리아와 ‘에프킬라’ 로 유명한 한국존슨이 양분하고 있다. ‘에프킬라’가 우세를 보이던 시장점유율을 2002년 이후 ‘홈매트, 홈키파’ 가 역전시켰고 지난해에는 10% 이상의 격차를 벌렸다.
장 부장은 “최근에는 ‘미국산 유령개미’, ‘홍콩산 붉은 불개미’ 등 외래 해충의 유입이 늘고 있다” 며 “이를 박멸할 수 있는 ‘맞춤형 살충제’ 개발에 힘 쏟겠다” 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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