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둔 아사드 바흐자트(42)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기독교도인 그는 바그다드 동쪽 도라 지구 한 블록에서 40가구와 함께 살았다. 지난 3년 여 많은 이들이 떠났거나 죽은 지금 5가구만 블록에 남아 있다. 이발사 1명과 식료품상 3명, 이웃 집 4명, 환전상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청소부 7명이 사살되면서 쓰레기도 치워지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지난 6개월간 숨진 청소부는 312명이나 된다.
이 달 무장반군 6명이 경비원을 사살하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진입하자 바흐자트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이 블록에서 지난 10일 동안 교사 4명이 살해됐고 지난달에는 교사 3명이 숨졌다. 그는 “수니파, 시아파, 기독교파 모두가 주민들이 떠나길 원한다”고 모든 종파를 원망했다. 도라를 떠나 바그다드 교외에 잠시 머물고 있는 바흐자트는 시리아로 갈 예정이다.
외형상 이라크의 정치는 진전되고 있지만 이처럼 주민이 겪는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그 특징은 중산층의 탈출이라며 이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 2월 시아파 성지 사마라 사원 폭탄 테러 이후 자행되는 보복테러는 가정과 이웃을 붕괴시키고 있다. 3개월간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보복공격으로 1만4,5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정부의 무능은 중산층의 희망마저 앗아가 이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새로 여권을 발급받은 사람은 전 인구의 7%인 185만 명이고 이 가운데 중산층이 4분의 1을 차지했다. 또 2004년 이래 해외이주용 학적부 발급은 약 4만 건에 달했는데 2005년은 전년보다 2배나 증가했다. 내달 시리아로 이주하는 압둘 라자크는 “나를 지켜줄 정부는 없다”고 하소연했고, 요르단 행을 계획하는 한 사업가는 “우리는 도살장의 양과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도라는 물론 바드다드 남부 아메리야, 그하잘리야, 서부 크하드라 등은 한낮에도 빈 도시처럼 썰렁해졌다. 바그다드 중심가의 부자동네로 비교적 안전한 만수르 역시 마찬가지다. 수니파 부인을 둔 사업가 팔라 쿱바의 가족은 외부 출입을 삼간채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낸다. 쿱바는 “처음엔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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