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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표 피습은 증오의 정치문화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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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표 피습은 증오의 정치문화 산물

입력
2006.05.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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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대표적 정치지도자의 안전이 이토록 쉽게 위협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시스템이 놀랍기 그지없다. 박 대표의 의연한 대처에 경의를 표하면서, 빠른 쾌유와 조속한 정상 활동 복귀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까지의 수사로 미뤄 이 사건을 해방 이후 유신정권 때까지 빈번했던 정치테러의 재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범인이 절실한 정치적 신념이나 이해를 가진 것 같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사건의 의미는 구시대의 정치테러 이상으로 어둡고 심각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극단적인 ‘증오의 정치문화’다.

각기 다른 정치적 이념과 지향을 가진 국민들이 조정과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는 과정이 민주정치의 요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철저한 편가르기와 이에 따른 증오와 적개심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막연한 불만을 직접관계도 없는 특정 정치인에게 폭발시키도록 충동질한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다.

더욱이 사건 후 인터넷 등에는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후보의 전례를 든 자작극 주장과 인격모독성 글까지 거침없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팽개치는 세태가 소름 끼칠 정도다.

증오의 정치문화에 관한한 정치권 누구도 떳떳할 수 없지만 특히 앞장서 이를 확대 재생산해 온 현 정권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청와대와 여권은 짐짓 남의 일처럼 개탄할 것이 아니라 뼈아픈 자성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의 정치를 복구하는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의 차원에서 다뤄 진상과 공범여부, 혹 있을지 모르는 배후관계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국민들도 이 사건을 빌미로 서로를 더욱 상처 내려 하거나 냉정을 잃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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