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환율이 궤도를 이탈해 춤을 춰도 수출과 내수의 회복세가 탄탄해 올해 5%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정부가 돌연 자세를 낮췄다. 재정경제부는 엊그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여력이 줄고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기업채산성 악화가 수출물량 감소로 이어져 하반기엔 경기후퇴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성장률보다 성장속도가 문제”라고 얼버무렸지만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기관 등에 슬그머니 가세한 셈이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나빠진 만큼 전망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우리 경제의 현실과 추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따라서 적절한 정책수단을 발휘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다.
지금 와서 “5%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안정적 증가가 필요하다” “중국요인, 기업의 위험회피, 새 수익모델 결여 등 구조적 요인이 상존해 설비투자의 큰 폭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다.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고유가와 저환율로 자동차등 주력 품목의 쇠퇴세가 두드러지고, 수입품의 단가상승에 따라 교역조건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그 결과 소비-투자-고용-소득의 대내 순환과 수출-소득-투자-고용의 대외 순환 모두 삐걱댄다. 내수 회복에 힘입어 1분기에 6%대의 성장을 이뤘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그 온기를 목말라 하는 윗목을 데울 ‘땔감’이 떨어진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선 정부의 부동산 거품론이 본말을 뒤바꾼 것이라는 비판은 이 같은 진단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주도한 전국적 개발거품과 저금리 등으로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 등의 출구를 제공하는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는 것이 해법인데도, 정부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물인 부동산 폐해만 붙잡고 있다. ‘버블 세븐’ 운운하며 소모적 부동산 논쟁으로 지새는 사이 우리 경제는 멍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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