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제 소유자는 변함이 없는데도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박모씨가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인 회사인 Y건설 대표 이모씨가 박씨의 이름으로 주식을 인수한 것은 발기인 수를 채우기 위한 것인 점, Y건설이 조세를 체납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씨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사 부수적으로 사소한 조세 경감이 생겼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 목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 세법은 명의신탁 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경우 증여로 간주,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증여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판례는 명의를 빌려준 선의의 납세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할 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했는데, 이번 판결은 입증 책임을 완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씨가 명의신탁한 주식 21만2,000주를 갖고 있다 16억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고 소송을 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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