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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토종 론스타는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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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토종 론스타는 왜 없을까

입력
2006.05.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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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게 ‘외로운 별’을 뜻하는 ‘론스타’는 텍사스의 상징이다. 1830년대 멕시코에 맞서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뒤 미국에의 편입을 선택한 텍사스의 역사가 담겨 있다. 성조기에서 다른 49개의 주와 함께 1개의 별로 표시되지만, 그러나 그 별이 된 과정은 텍사스인 스스로의 멕시코에 대한 투쟁에 의해 얻어낸 것이었고, 그래서 텍사스는 스스로 별이 된 ‘외로운 별’인 것이다.

● 미국에 비해 금융규제 많아

이처럼 텍사스의 자부심이 묻어있는 ‘론스타’가 한국인에게는 텍사스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를 의미한다. 2003년 1주당 4,000원의 가격에 1조750억을 투자해서 외환은행을 매입하여, 최근에는 1주당 15,200원의 가격에 매각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는 그 론스타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년이 안 되는 기간에 4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얻는 셈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것이 사람의 본성인데, 친척은커녕 같은 민족도 아닌 외국인이 한국 땅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 가는 것을 보는 심정이 곱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의 여부가 큰 논란이다. 그렇지만 불법 문제라면 사법당국이 밝혀야 할 일이고, 정작 우리 모두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은 왜 토종 론스타는 없느냐 라는 자성적 의문이어야 한다.

국내에 자금이 없어서는 아니다. 수백조 부동자금이 운위되는 마당에 1조 남짓한 자금이 없어 외환은행이 외국 금융자본에 맡겨졌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일차적 원인은 규제고 이차적 원인은 신뢰받는 금융자본가의 부재라고 생각된다.

왜 토종 론스타가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론스타가 어떤 성격의 금융회사인지를 알아야 한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이다. 펀드는 자금을 모집하여 투자를 대행하고 일정한 운용수수료를 제외한 투자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기구를 말한다. 이 펀드에는 ‘사모’와 ‘공모’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공모펀드는 일반 대중에게서 자금을 모집하여 운용되는 펀드이고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투자하는 펀드가 모두 공모펀드이다. 위험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이 관련되므로 공모펀드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여러 가지 규제가 적용된다. 펀드 운용의 자유는 그만큼 제약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는 달리 소수의 특정인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여 운용되는 펀드를 말한다. 미국 법규에서 사모펀드는 모든 투자자 보호 규제의 적용이 면제된다. 완전한 자율성의 보장이다. 미국의 사모펀드는 벤처 투자, 부실기업 구조조정 투자등 꼭 필요하지만 고위험의 투자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제의 성장과 부실정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발전이 뒤처진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가 허용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게다가 여전히 미국에 비해 여러 가지 규제에 의한 제한이 있다. 과거 토종 사모펀드가 존재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이다.

● 신뢰 못받는 금융산업도 책임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 통합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한층 완화될 것이 기대된다. 규제적 원인이 해소되면, 토종 론스타가 등장할 것인가? 장담하기는 어렵다. 론스타는 130억불의 자금을 전 세계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자금의 모집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론스타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혹의 대상이지만 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 론스타는 신뢰할 만한 금융회사일 뿐이다. 이러한 신뢰받는 금융자본가의 등장은 온전히 우리나라 금융산업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왜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으로만 몰리는지를 묻는 이들이 있다. 효율적이고 신뢰받는 한국형 론스타가 부재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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