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민생 고지에 등정할까 합니다.” ‘털보3부자’로 널리 알려진 산악인 김태웅(53ㆍ대구 북구 칠성동)씨가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기초의원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씨가 출마한 대구 북구 가선거구는 2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곳으로 한나라당 후보 2명 등 모두 6명이 각축전에 돌입했다. 워낙 한나라당이 강세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씨는 21일 “홀대 받는 환경사업에 치중하고 의정활동으로 받는 돈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파격공약까지 내세우며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형편이 넉넉치 않아 산악인 선배 사무실 한쪽을 빌려 쓰고 있는 있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역시 산악인인 두 아들 인식(23ㆍ경북대 천문대기3) 영식(20ㆍ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2) 형제도 틈 날 때마다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김씨는 자신의 당락보다도 오히려 아들의 등정 신기록 수립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김씨는 “영식이가 에베레스트(8,848㎙)와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 오세아니아의 칼츠텐츠(4,884㎙)만 오르면 7대륙 세계최연소등정기록(22세)을 깰 수 있다”면서 “영식이의 도전 기회가 얼마남지 않았는 데 힘이 돼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식씨는 아홉살 때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895㎙)를 올라 세계 최연소 등정기록을 세운 주인공. 1998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 99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 2002년 남미 최고봉인 안데스산맥의 아콩카구아(해발 6,959㎙) 정상을 차례차례 밟았다.
지난 학기 모든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은 인식씨도 93년 알프스 산맥 최고봉인 몽블랑(4,807㎙)을 정복했던 산악인이지만 하산길 쿠테계곡에서 100여㎙나 미끄러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아버지의 만류에 따라 정상정복은 늘 동생 몫으로 양보하고 있다. 이들 형제의 산행은 기네스북과 고교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영식씨는 “아버지가 산에서 쏟던 땀을 동네 주민들을 위해 흘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세번째 도전에서 꼭 기초의회를 정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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